목이 마르던 사람, 긴 병을 건너 다시 일어서다¶
민성의담 · 사상의학 이야기 07
목의 건조함에서 시작해, 스무 날의 병과 마흔 날의 조리까지
늦가을에는 목이 마른다는 말이 부쩍 익숙해진다. 물을 한 모금 마시면 괜찮아지는 불편도 있지만, 오래된 목마름 뒤에 다른 증상이 함께 있는 사람도 있다. 『동의수세보원』에는 평소 목 안이 건조하면서도 얼굴빛은 희고 푸르며, 몸이 차고 때로 설사를 하던 사람이 나온다. 이제마는 이 서로 달라 보이는 모습을 한 사람의 병력으로 적었다.1
이 사람이 어느 해 어느 계절에 병을 얻었는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가을의 건조한 바람 때문에 발병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목의 불편을 떠올리기 쉬운 이 무렵, 오래된 건조함과 새로 생긴 병을 어떻게 함께 살폈는지 읽어 볼 만한 의안이다.
새로 온병을 앓으면서 병세는 위중해졌다. 이후 숨이 짧아지고 가래를 뱉기 어려워졌으며, 말이 어눌해지고 귀도 잘 들리지 않았다. 한때 이제마는 그날 밤을 넘기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록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환자가 다시 죽을 먹고 방 안에서 일어서기까지, 그리고 그 뒤에 남은 불편까지 길게 이어진다.
목은 마른데, 몸은 차고 때로 설사를 했다¶
有一太陰人素病咽嗌乾燥,而面色靑白,表寒或泄。
“한 태음인이 평소 목 안이 건조하였고, 얼굴빛은 푸르고 희며 몸의 겉이 차고 때로 설사를 하였다.”1
咽嗌(인익)은 목 안을 가리킨다. 여기서 먼저 눈여겨볼 글자는 素(소)다. 이번에 온병이 생기고 나서 처음 목이 마른 것이 아니라, 그전부터 있던 불편이라는 뜻이다. 평소 상태를 살피는 사상의학의 소증·소병이 짧은 첫 문장에 담겨 있다.
목이 건조하다는 말만 읽으면 열을 식히는 약부터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제마는 목의 건조함과 창백한 얼굴빛, 냉감과 설사를 나란히 놓았다. 원문에서는 목의 건조함을 간열(肝熱)로, 얼굴빛과 표한·설사를 위완한(胃脘寒)으로 풀이한다. 그리고 표와 리가 함께 병든, 평소의 병부터 무거웠던 사람이라고 판단했다.1
간열과 위완한은 당시 사상의학의 병리 용어다. 간에 실제로 열이 난다거나 위의 온도가 낮다는 뜻으로 옮기면 이야기가 어긋난다. 이제마는 목의 건조함뿐 아니라 냉감과 설사도 함께 살폈다. 한 사람에게 함께 나타난 증상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름과 나이, 직업은 남아 있지 않다. 대신 평소 어떤 불편을 안고 살았는지는 남았다. 이제마는 평소의 불편을 먼저 적고 나서 새 병의 경과를 설명했다.
첫 약은 한다열소탕, 회복기의 약은 따로 있었다¶
이 사람은 이후 온병을 앓았다. 온병은 옛 의학에서 다루던 발열성 질병의 범주로, 이 기록만으로 오늘의 독감이나 폐렴 같은 한 질환을 확정할 수는 없다. 원문은 처음에 한다열소탕(寒多熱少湯)을 썼다고 적는다. 앞에서 살핀 평소의 표한과 설사, 현재 병의 흐름 안에서 선택한 처방이다.
여기서 ‘처음’이라는 말과 실제 투약을 시작한 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뒤의 자세한 경과에는 발병 엿새 뒤에 약을 쓰기 시작했다고 나온다. 발병 첫날부터 곧바로 투약한 것으로 이야기를 줄여서는 안 된다.2
한다열소탕이라는 이름은 ‘찬 증후가 많고 열 증후가 적다’는 뜻을 담고 있다. 같은 책의 신정 태음인 처방 수록부에는 의이인·나복자와 맥문동·길경·황금·행인·마황, 그리고 말린 밤인 건율이 함께 들어간다.3 몸이 차다는 말이 나왔다고 해서 따뜻한 약재만 모은 처방은 아니다. 태음인의 표한과 함께 호흡과 음식 섭취의 불편을 다루려는 배합이다.
병이 풀린 뒤에는 약도 바뀌었다. 이제마는 조리폐원탕(調理肺元湯)으로 마흔 날 동안 조리했다고 적었다. 급한 병을 다루는 때와 그 뒤의 회복을 돌보는 때가 처방 이름에서부터 나뉜다. 두 처방을 쓰는 사이 환자는 여러 차례 위중한 고비를 겪었다.
얼굴에 땀이 흘렀어도 안심할 수 없었다¶
발병 뒤 엿새 안에는 이마와 눈썹 부근, 광대 부위에 땀이 있었다. 먹고 지내는 모습이 때로는 평소와 비슷하기도 했다. 이 문장만 떼어 읽으면 크게 아픈 사람 같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후의 경과를 보면, 겉으로 괜찮아 보였던 때를 회복의 끝으로 삼을 수 없었다.
일곱째 날에는 머리카락 경계 아래에서 입술과 턱에 이르기까지 얼굴 가득 땀이 흘렀다. 그 뒤 얼굴빛이 푸르게 변하고 말이 어눌해졌다. 여덟째와 아홉째 날에는 어눌한 말에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증상도 더해졌다. 입술과 턱까지 나던 땀은 광대 부위로, 다시 눈썹 부근으로 줄어들었다. 땀방울도 작게 맺혔다 사라졌고, 숨이 짧고 가빠졌다.2
이제마가 적은 것은 ‘땀이 났다’는 한 줄이 아니었다.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맺혔는지와 그 뒤 얼굴빛·말·호흡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함께 적었다. 태음인은 땀이 나면 좋다는 익숙한 설명만으로는 이 환자의 상태를 읽을 수 없다. 얼굴에 땀이 충분히 흐른 다음에도 나빠지는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열째 날 밤에는 이마의 땀마저 들어갔다. 말과 청력의 불편은 더 심해졌고, 가래가 목을 막았으나 제대로 뱉지 못했다. 환자가 손가락으로 입안을 짚어 가래를 닦아 냈다는 행동까지 기록되어 있다. 다음 날에는 숨이 더욱 짧고 가빠졌다.
이런 호흡곤란과 새로운 언어 변화가 오늘 나타난다면 즉시 응급 평가가 필요한 상황이다.4 여기서는 당시의 긴 기록을 읽되, 옛 처방의 경과를 기다리는 방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죽 두 그릇을 먹은 날에도, 의원은 낙관하지 않았다¶
열두째 날, 환자는 갑자기 죽 두 그릇을 먹었다.
至于十二日,忽然食粥二碗。
“열두째 날에 이르러 갑자기 죽 두 그릇을 먹었다.”2
죽을 먹었다는 말은 반갑다. 그러나 원문은 곧바로 위중한 판단을 이어 쓴다. 그때 쓸 약을 논한다면 웅담산이 혹 맞을 수 있겠으나 웅담 약재가 없었고, 이제마는 환자가 그날 밤을 넘기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이 부분에서 기록된 생각과 실제 치료를 나눠야 한다. 웅담산을 검토한 대목은 있지만, 이 환자에게 투여했다는 기록은 없다. 따라서 웅담산이 위기를 돌려놓았다는 이야기는 성립하지 않는다. 반대로 구할 수 없었던 약 때문에 회복이 늦어졌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 남아 있는 사실은 처방을 생각했던 일, 약재가 없었던 사정, 그때의 예후 판단이다.
죽을 두 그릇 먹었다는 변화와, 그날 밤을 걱정할 만큼 위중했다는 판단이 같은 날의 기록 안에 있다. 식사량이 늘었다는 한 가지 좋은 소식만으로 숨과 전신 상태의 위험을 덮지 않은 것이다.
그날 초저녁에는 호흡이 잠시 조금 안정되었다고 적혀 있다.
새벽의 땀에서, 스무째 날의 기립까지¶
열셋째 날 닭이 울 무렵, 머리카락 경계에 땀이 있었다. 이어 열나흗날과 열닷샛날까지 사흘 동안 죽을 두세 그릇씩 먹었다. 이마·눈썹·광대의 땀이 차례로 나타났고, 얼굴의 푸른빛도 가셨다.2
앞서 나빠지던 때와 비교하면 순서가 보인다. 땀이 줄어들면서 말과 호흡이 악화되었던 기록 뒤에, 이제는 섭취가 이어지고 얼굴빛이 달라지는 기록이 놓인다. 다만 이 땀의 위치를 오늘의 환자 누구에게나 적용할 회복 단계표로 삼을 수는 없다. 이 사람에게서 관찰한 경과다.
열엿새째에는 가슴 부위에 땀이 통하기 시작했다. 가래를 조금 뱉을 수 있게 되었고, 말이 어눌하던 증상도 나았다고 적었다. 목에 걸린 가래를 손가락으로 닦아 내던 며칠 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같은 ‘가래’라도 스스로 뱉을 수 있느냐는 일상 기능의 차이가 있었다.
스무째 날에는 가슴에서 땀이 여러 차례 충분히 났고, 마침내 방 안에서 일어설 수 있었다.
遂能起立房中,諸證皆安,而耳聾證則自如也。
“마침내 방 안에서 일어설 수 있었고 여러 증상이 안정되었으나, 귀가 들리지 않는 증상은 그대로였다.”2
회복을 말하는 문장 끝에 ‘그대로였다’가 붙는다. 이제마는 잘된 부분만 적지 않았다. 환자가 다시 일어서고 다른 증상이 안정된 때에도 청력의 불편은 남아 있었다. 무엇이 좋아졌고 무엇이 남았는지 구별해 적은 것이다.
마흔 날의 약첩에 담긴 여섯 재료¶
급한 병이 풀린 뒤에는 조리폐원탕으로 마흔 날을 더 돌보았다. 그 뒤 귀가 들리지 않던 증상과 눈이 흐리던 불편이 사라졌다고 기록한다. 청력검사나 시력 수치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니므로, 호전의 범위는 그 서술까지다.2
조리폐원탕의 이름에서 조리(調理)는 몸을 고르게 다스린다는 뜻이다. 폐원(肺元)은 사상의학에서 폐 계통의 근본 기능을 설명하는 말로, 오늘의 특정 폐기능검사 수치와 같지는 않다. 책의 처방 수록부를 펼치면 이름보다 구체적인 여섯 재료를 만난다.
麥門冬 桔梗 薏苡仁 各二錢,黃芩 麻黃 蘿葍子 各一錢。
“맥문동·길경·의이인 각 2전(錢), 황금·마황·나복자 각 1전(錢).”3
맥문동은 전통적으로 진액과 건조를, 길경과 마황은 폐기의 소통과 호흡을, 의이인과 나복자는 소화·담의 흐름을, 황금은 열의 양상을 함께 살피는 약재로 풀이한다. 이 설명은 처방의 배합을 이해하기 위한 해설이다. 이제마가 이 환자의 약재별 역할을 직접 하나씩 설명한 말은 아니다.
처방에는 진액을 돌보는 재료와 기운을 통하게 하는 재료가 나란히 들어간다. 중병 뒤의 약이라고 무조건 진하고 무거운 보익약만 쓰는 모습은 아니다. 가래와 호흡, 음식을 받아들이는 힘, 남아 있는 열과 건조를 함께 살피는 구성이다. 자세한 비교는 조리폐원탕 문서에서 이어 읽을 수 있다.
인용한 분량은 역사적 단위 그대로이며 현대의 그램으로 일괄 환산하지 않았다. 마황이 든 처방이므로 오늘의 사용에서는 심박수·혈압·불면과 병용약도 따로 확인한다. 원문 속 마흔 날 역시 이 환자의 기록이지 모든 병후 환자에게 정해진 복용 기간은 아니다.
오래된 목마름 뒤에 남은 한 사람의 시간¶
이 의안을 따라오면 서로 다른 회복의 속도를 만나게 된다. 먹는 양이 늘었을 때에도 숨은 위태로웠다. 가래를 뱉고 말이 나아진 뒤에도 일어서는 데는 시간이 더 걸렸다. 방 안에서 일어섰을 때에도 귀는 잘 들리지 않았다.
평소 목이 마르던 사람을 이제마는 ‘건조한 사람’ 한마디로 적지 않았다. 차고 설사하던 사정과 새로 얻은 온병을 함께 살폈고, 한다열소탕으로 시작한 치료 뒤에는 조리폐원탕으로 회복기를 이어 갔다. 처방을 바꾼 경위와 치료 뒤의 상태를 알 수 있도록 평소 병력과 날마다의 변화를 적었다.
이 글의 발단이 된 늦가을의 목 불편과 이 환자의 중병은 같은 것이 아니다. 다만 오래된 의안 안에는 목의 건조함을 묻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 먹고 숨 쉬며 다시 움직이는지까지 살핀 진료의 내용이 있다.
스무 날째, 환자는 방 안에서 일어섰다. 이제마는 그날의 안정을 적은 다음에도 귀의 불편을 남겨 두었다. 그리고 마흔 날 뒤의 기록을 더 적었다.
이야기에서 병증과 처방으로¶
- 태음인 표한병과 리열병 — 건조와 냉감·설사를 함께 읽는 감별의 틀
- 소증과 현재 상태 — 발병 전의 불편과 새 병을 구분하는 기록
- 병이 풀린 뒤에도 이어지는 조리 원문 — 한다열소탕에서 조리폐원탕으로
- 태음인 통합 허브 · 조리폐원탕 — 병증 체계와 회복기의 처방 비교
- 입원·질병 후 회복 — 오늘의 영양·활동·호흡 회복 평가
출전과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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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마, 『동의수세보원』 신축본 계열, 권4 「太陰人胃脘受寒表寒病論」, 통행 조문 12-13의 ‘有一太陰人素病咽嗌乾燥’로 시작하는 의안. 직접 대조한 책은 1941년 석판본이며, 1901년 초간본 이미지와 구별한다. 공개 스캔 PDF 149쪽 / 책 하단 148쪽에서 의안의 시작을 확인했다. 12-13이라는 조문 표지는 Li YH·Kim JY·Koh BH, 「소증의 개념에 대한 고찰」, 『사상체질의학회지』 28(1), 2016, 19–26, 주석 2·10과 대조했다. 인용의 구두점과 한국어 풀이는 이 글에서 작성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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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병론의 위 의안과 이어지는 ‘此病始發大便或滑或泄’ 경과 기록. 1941년본 PDF 150쪽 / 책 하단 149쪽에서 투약 시작·일곱째 날부터 열닷샛날까지, PDF 151쪽 / 하단 150쪽에서 열엿새·스무째 날과 마흔 날 조리 뒤의 기록을 확인했다. 호전은 원저자의 관찰 기록이며 특정 현대 질환이나 약의 효과를 검증한 비교시험 결과는 아니다. 환자의 나이·성별·발병 계절·현대 검사 결과는 덧붙이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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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책 권4 「新定太陰人病應用要藥二十四方」. 한다열소탕은 PDF 166쪽 하단에서 167쪽 상단으로 이어지는 수록부, 조리폐원탕은 PDF 167쪽 / 하단 166쪽를 대조했다. 의안은 두 처방의 이름과 경과를 적었으며 매번의 조제 세부를 모두 나열하지는 않았다. 위 처방 수록부와 의안의 기록 범위를 구분한다. 스캔의 자료 설명과 권리 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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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S, Shortness of breath · Symptoms of a stroke. 오늘의 심한 호흡곤란·새 언어 이상에 대한 응급 판단 참고 자료이며 이 역사적 환자를 현대의 뇌졸중으로 진단한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