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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바꾸다

민성의담 · 스물네 번째 이야기

『황제내경』에는 가을이 오면 바꾸어야 할 것이 한 가지 적혀 있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다. 여름을 설명할 때는 ‘밤에 눕고 일찍 일어난다’고 했던 책이, 가을 대목에서는 ‘일찍 눕고 일찍 일어난다’고 말을 고친다. 계절이 바뀌자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달리 권한 것이다.1

10월 하순, 저녁이 일찍 어두워지는 때에 펼쳐 볼 만한 문장이다. 해는 일찍 지는데 잠들기 전까지 할 일은 여전히 많다. 옛 책에서는 가을의 저녁을 어떻게 보내라고 했는지 살펴보자.

여름과 가을 사이, 달라진 한 글자

『소문』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은 사계절의 생활을 차례로 설명한다. ‘사기’는 여기서 네 계절의 기운을, ‘조신’은 몸과 마음의 활동을 조절하는 일을 가리킨다. 여름과 가을의 수면 구절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선명하다.

夏三月……夜臥早起。

“여름 석 달에는……밤에 눕고 일찍 일어난다.”

秋三月……早臥早起,與雞俱興。

“가을 석 달에는……일찍 눕고 일찍 일어나며, 닭과 함께 일어난다.”1

두 문장 모두 일찍 일어난다고 했지만, 눕는 시간을 나타낸 글자는 야(夜)에서 조(早)로 바뀌었다. 낮이 길고 활동이 바깥으로 펼쳐지는 여름과, 그 활동을 거두는 가을을 같은 일과표로 설명하지 않은 것이다.

‘닭과 함께 일어난다’는 말에는 시계 숫자 대신 생활의 소리가 들어 있다. 오늘의 몇 시 몇 분을 뜻한다고 환산할 수는 없다. 야간 근무자나 어린이, 노인의 수면을 모두 같은 시각에 맞추라는 지시로 옮기기도 어렵다. 이 대목에서 눈여겨볼 것은 계절이 바뀌면 쉬는 시간도 다시 살폈다는 점이다.

고전이 말한 ‘거두기’

가을 단락은 뒤에서 이 생활을 ‘양수지도(養收之道)’라고 부른다. ‘수를 기르는 길’이라고 직역하면 낯설지만, 수(收)에는 거두고 모은다는 뜻이 있다. 밖으로 펼쳐 놓았던 활동을 정리하고, 쉬는 쪽으로 옮겨 가는 모습으로 풀어 읽을 수 있다.

같은 단락에는 ‘사지안녕(使志安寧)’,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니 이 글이 제시한 가을의 생활은 일어나는 시각만 앞당기는 일이 아니다. 하던 일을 정리하고 마음도 편안히 쉴 수 있도록 하라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이것을 가을이면 누구나 특정 장기가 약해지거나 같은 감정을 겪는다는 진단표로 읽을 필요는 없다. 원문의 계절관은 당시의 설명 체계 안에 있다. 오늘의 생활에서는 잠들기 전까지 어떤 일을 했고, 쉴 시간을 얼마나 두었는지 돌아보는 데 참고할 만하다.

방 안에서는 아직 낮이 이어질 때

해가 진 뒤에도 방은 환하고, 손안의 화면에는 낮에 끝내지 못한 일이 남아 있다. 고전의 독자에게 익숙했을 닭 울음과 오늘의 알림 소리는 서로 다른 일과를 만든다. 그래서 옛 문장의 ‘일찍’을 그대로 명령하기보다, 지금의 저녁을 구체적으로 살피는 편이 도움이 된다.

미국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HLBI)의 수면 안내는 매일 취침·기상 시간을 비슷하게 유지하고, 잠들기 전에는 조용히 보내며 밝은 화면을 피하도록 권한다. 가능한 날에는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고 신체활동을 하며, 침실은 어둡고 조용하게 마련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2

이 지침이 고전의 계절 이론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두 자료가 쓰인 시대와 근거는 다르다. 다만 오늘의 독자는 원문을 읽다가 자신의 저녁을 돌아보고, 실제 생활을 바꿀 때에는 현재의 수면 지침을 참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저녁의 일을 끝내는 시각을 정하고, 그 뒤에는 내일 할 일을 짧게 적어 두는 방법이 있다. 화면을 확인하느라 마무리가 자꾸 늦어진다면 알림을 끄고 조명을 낮추는 시간을 따로 마련해 볼 수 있다. 이것은 고전에 적힌 복원된 생활상이 아니라, ‘하루를 거둔다’는 말을 오늘의 일과로 풀어 본 예다.

일찍 눕는 일과, 잠을 잘 자는 일

잠자리를 앞당겼다고 곧바로 잠이 오는 것은 아니다. 이미 불면을 겪는 사람에게 잠들지 못한 채 누워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방식은 알맞지 않을 수 있다. ‘가을이니 더 일찍 자야 한다’는 숙제를 하나 늘리는 대신, 졸리는 시간과 실제로 잠든 시간, 아침의 회복감을 살피는 것이 먼저다.

기록도 길 필요는 없다. 며칠 동안 잠자리에 든 때, 아침에 일어난 때, 낮에 얼마나 졸렸는지를 적어 보면 된다. 저녁 식사 뒤의 더부룩함이나 통증 때문에 깼다면 그 이유도 함께 남긴다. 수면 시간이라는 숫자만으로 드러나지 않던 불편이 보일 수 있다. 자세한 기록법과 지속되는 불면의 평가·치료는 불면 안내에서 이어 읽을 수 있다.

한의학에서도 잠 못 드는 밤을 모두 같은 상태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지친 몸에 잠이 오지 않는 밤에서는 허로와 번조를, 마지막 재료가 노른자였던 처방에서는 다른 증후와 배합을 살폈다. 『황제내경』의 이 대목에는 약 이름 없이, 계절에 맞춰 잠자리를 살핀 기록이 남아 있다.

내일 할 일을 적어 두고 휴대전화를 내려놓아도, 잠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저녁이 길어지는 날에는 쉬기 전까지 무슨 일을 붙들고 있었는지 돌아보자. 옛 책의 ‘일찍 눕는다’는 말도 그렇게 지금의 하루에 맞추어 읽을 수 있다.

원문과 함께 읽기

출전과 참고 자료


  1. 『황제내경소문』 권1 「四氣調神大論篇第二」. 중국철학서전자화계획의 『중광보주황제내경소문』 전사문, 여름·가을 단락 대조. ‘夜臥早起’, ‘早臥早起,與雞俱興’, ‘使志安寧’, ‘養收之道’를 발췌했으며 말줄임표는 중간 생략을 표시한다. 한국어 풀이는 이 글에서 작성했다. 계절에 관한 역사적 생활론으로 읽으며 개인의 질환이나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근거로 사용하지 않는다. ↩↩

  2. 미국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NHLBI), Sleep Deprivation and Deficiency — Healthy Sleep Habits. 일정한 수면 시각, 취침 전의 조용한 시간과 조명, 야외활동·침실 환경에 관한 일반 수면위생 안내. 지속되는 불면의 원인 평가나 개별 치료를 대신하는 지침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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