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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병이 나은 뒤에도 평소의 불편을 살피다

민성의담 · 사상의학 이야기 02

설사에서 온병, 다시 조리로 이어진 태음인의 의안

한 환자에게 설사가 새로 생겼다. 며칠 앓다 멎은 것이 아니라 수십 일이 지나도 계속되었다. 그런데 『동의수세보원』은 이 환자의 이야기를 설사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평소 정충(怔忡)이 있었고, 땀이 나지 않으며, 숨이 짧고 기침의 불편이 있었다고 먼저 적는다.1

이제마는 이 환자를 태음인으로 적었지만 나이와 성별은 남기지 않았다. 대신 그 뒤의 일을 길게 기록했다. 설사가 멎고, 가족들을 돌보다 자신도 앓고, 다시 음식을 먹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다.

설사가 새로 생겼지만 판단의 배경은 오래되었다

素有怔忡 無汗 氣短 結咳矣。 “평소 정충·무한·기단·결해가 있었다.”1

정충은 두근거리거나 두렵고 불안정한 불편을 가리키는 전통 표현이다. 무한은 땀이 나지 않는 상태, 기단은 숨이 짧은 불편, 결해는 기침의 양상을 적은 말이다. 어느 하나를 현대의 심장·폐 질환 진단과 곧바로 대응시키지는 않는다.

이런 평소 상태에 설사가 새로 더해졌다. 원문은 이를 표병이 깊어진 상태로 판단하고, 태음조위탕에 저근피(樗根皮)를 더하여 사용했다고 적는다. 열흘 뒤 설사가 멎었고, 계속 치료하는 동안 얼굴에 땀이 흐르며 평소의 증후도 줄었다고 기록한다.1

설사만을 떼어 놓으면 태음조위탕을 왜 선택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소증을 배경으로 새 증상을 읽고, 위완수한표한병의 흐름 안에서 처방을 선택했다는 맥락이 필요하다. 이것은 체질 이름 하나에 약을 붙이는 방식과도 다르다.

가족들이 앓은 뒤, 환자도 다시 병을 겪다

경과가 좋아지던 중 집안의 대여섯 사람이 한꺼번에 온역(瘟疫)을 앓았다. 이 환자는 다른 이들의 병을 돌보느라 며칠 약을 복용하지 못했고, 이후 자신도 온병을 앓았다. 죽을 먹어도 맛이 없고 전혀 입에 들이지 못하는 상태가 기록되어 있다.1

이제마는 이번에는 태음조위탕에 승마와 황금을 더했다. 설사 때 저근피를 더했던 것과는 다른 가감이다. 같은 환자에게 같은 기본 처방을 썼어도, 새로 생긴 병의 모습을 따라 배합을 달리한 것이다.

온병·온역은 당시 전염성 질병을 설명하던 범주다. 가족들이 함께 앓았다는 기록은 있지만, 오늘의 검사로 원인 병원체가 확인된 사례는 아니다. 약을 잠시 중단한 뒤 병이 생겼다는 순서 역시 그 중단이 감염의 원인이라는 증거로 읽지는 않는다.

대변이 달라지자 처방도 잠시 달라졌다

가감방을 이어 쓰면서 땀이 나고 온병의 기운이 다소 줄었다. 그러나 이틀 동안 대변을 보지 못하는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원문은 이때 갈근승기탕으로 전환했다고 적는다. 그 뒤 죽을 먹는 양이 크게 늘고 병이 풀렸다는 경과가 이어진다.1

기록의 단계 사용한 처방 함께 적힌 변화
평소 증후에 심한 설사가 더해짐 태음조위탕에 저근피를 더함 설사가 멎고 평소 증후도 감소
새로 온병을 겪고 식사를 못 함 태음조위탕에 승마·황금을 더함 발한과 온병의 일부 호전
대변을 보지 못하는 변화 갈근승기탕 음식 섭취가 늘고 병이 풀림
병후 조리 태음조위탕에 승마·황금을 더함 온병과 평소의 병이 함께 개선되었다고 기록

표는 원문의 경과를 따라 읽기 위한 것이다. 설사·감염·변비에 각각 이 약을 복용하라는 대응표가 아니다. 사상의학에서는 현재 증상을 표리와 병증의 흐름 안에서 다시 판단해야 한다.

또한 갈근승기탕이라는 이름만 보고 환자의 모든 병증이 완전히 리열로 바뀌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조문에 없는 진찰 정보와 단계 판단까지 채워 넣기보다, 대변과 섭취의 변화에 따라 처방을 바꾸었다는 기록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병해(病解) 뒤에도 끝나지 않은 기록

급한 병이 풀렸다는 말 뒤에 이야기가 이어진다. 태음조위탕에 승마·황금을 더하여 마흔 날을 더 조리했다. 원문은 마지막을 이렇게 맺는다.

疫氣旣減 素病亦完。 “온병의 기운이 줄고, 평소의 병도 온전해졌다고 적었다.”1

병이 풀렸다는 판단과 평소의 불편까지 좋아졌다는 판단을 나누어 기록한 것이다. 이 긴 조리 기간을 오늘의 누구에게나 필요한 복용 기간으로 옮길 수는 없다. 기록된 호전도 비교군을 둔 현대 연구의 결과는 아니다.

이 환자는 급한 병이 생기기 전에도 두근거림과 호흡의 불편이 있었다. 설사와 온병이 지나갔다고 곧바로 건강했던 때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마가 평소의 불편을 마지막까지 적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땀이 난다는 변화 역시 홀로 떼어 놓지 않는다. 태음인이라고 많이 땀을 내면 무조건 좋다는 뜻은 아니다. 이 사례에서는 발한과 함께 평소 증후와 섭취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기록했다. 오늘의 진료에서도 땀이 나는 상황과 그 뒤의 갈증·어지럼·탈진, 호흡과 일상 기능을 각각 살펴야 한다.

집안사람들을 돌보다가 자신도 병을 얻었던 환자는 마흔 날의 조리를 더 거쳤다. 이제마는 새로 앓은 병과 평소의 병이 함께 좋아졌다고 글을 맺었다. 처음에 길게 적어 둔 평소 이야기가, 마지막 문장에서 다시 돌아온다.

함께 읽기

태음조위탕 카드에서는 별도 수록본의 기본 구성을 확인한다. 이 의안의 저근피·승마·황금 가감방과는 구별한다. 태음인 표한병과 리열병, 태음인 처방 배합망, 소증과 현재 상태의 기록으로 이어 읽을 수 있다.

현대의 지속 설사·호흡 불편·식사 불능은 원인 평가가 필요하다. 체질이나 고전의 회복 경과만으로 설명을 끝내지 않는다. 이 글은 역사적 의안의 학습 자료이며 개인의 진단·복용 기간을 정하는 지침이 아니다.

출전과 참고 자료


  1. 이제마, 『동의수세보원』 신축본(1901) 「태음인 위완수한표한병론」 12-10. 조문 번호는 아래 문헌 연구들의 인용 체계를 따른다. Shin SW, Hwang MW. 「太陰調胃湯의 基源, 變遷過程 및 構成原理 再考」, 『사상체질의학회지』 28(3), 2016, 205–214, 주석 5의 원문 · Shin SW 외, 「太陰調胃湯 약물 加減 원리」, 같은 학술지 28(3), 2016, 215–224, 주석 1의 원문. 두 논문에 전재된 이제마의 의안을 대조했으며 번역은 이 글에서 풀어 썼다. 해당 논문들은 문헌·처방 원리 연구이며 이 역사적 치료의 효과를 검증한 임상시험은 아니다. ↩↩↩↩↩↩